제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신인 부문 대상 수상작
<토끼 앞니>는 제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신인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웅진주니어 문학상은 2007년에 1회를 시작하여 그동안 <일주일 짝꿍 3-165> <전교 네 명 머시기가 간다> <도와줘요, 닥터 꽁치> <델타의 아이들>을 통하여 신선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주제성과 문제의식 또한 함께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토끼 앞니>는 토끼 앞니 때문에 남몰래 속을 끓이는 한 아이가 할머니를 통해 곱지 않아 보이는 것, 낡아 보이는 것들이 지닌 강하고도 따뜻한 생명력을 알아 가는 과정을 따뜻한 봄 햇살이 퍼지는 듯한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또한 단순한 감동의 이야기가 아닌, 외모 지상주의 세상에서 한 아이가 어른들의 훈계와 지도가 아닌 소소한 일상을 통해 봄눈이 녹듯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연스럽게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토끼 앞니>는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요즘 우리 동화에서 빠져 버린 사소한 것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예의, 작은 것의 가치 등을 곱씹어 보게 하는 미덕이 충분한 작품이라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었다.
-심사위원 황선미, 이상권, 김기정, 박정애
내가 얌전한 건 “토끼 앞니” 때문이에요
항상 조용하고 웃을 때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아이 경호의 취미이자 버릇은 ‘사람 입 관찰하기’이다. 경호 눈에 비치는 세상 사람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치아가 가지런한 사람과 가지런하지 않은 사람. 경호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조용하고 크게 손이 갈 것 없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이다. 하지만 역으로 경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경호가 어떤 걱정거리를 마음에 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경호는 누가 말을 시키면 앞니가 보일까 봐 화들짝 놀라며 앞니를 가리고, 학예회 연극을 하면 서로 주인공을 하려는 아이들과 달리 나무나 행인 역을 자처한다. 한 번 난 새 이는 다시 빠졌다 나는 것이 아니라는 할머니 말에는 눈물을 울먹이며 아니라고 소리까지 지른다. 같은 반 철우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 그리기에서 토끼를 그려 놓고 “경호”라고 말하자 몸싸움까지 벌인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철우가 그린 건 자기를 놀리기 위한 토끼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동물, 그러니까 경호를 가장 좋아한다는 뜻이라는걸. 이처럼 경호는 유독 앞니에 집착한다.
경호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엄마를 닮은 건 정말 싫다. 그리고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엄마를 낳아 준 외할머니조차도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토끼 앞니” 때문이다.
햇볕 한 줌도 아깝구나
구입한 지 7년도 넘은 고물 전기밥통을 고치러 서울까지 올라온 경호 외할머니. 엄마와 아빠가 밥통을 새로 사 드리겠다며 말리는데도 끝내 서비스센터를 찾아간다. 단종된 제품이라 부품이 없어서 고칠 수 없다는 말에 순하기만 했던 경호 외할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다. 얌전한 아이 경호가 토끼 앞니에 민감한 것처럼, 외할머니에게 물건을 버린다는 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버리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그건 할머니가 생명존중 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살면서 몸에 익힌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웅웅거리는 냉장고 아래 딱지를 넣어 울음을 그치게 하고, 비실비실한 청소기를 테이프로 감아 힘을 주고, 깜빡거리는 스탠드에 용기를 주고, 햇빛 한 줌도 아까워 이불을 말린다. 그런 외할머니의 모습은 경호에게 작지만 큰 움직임을 준다. 새 이가 나면 언제든지 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토끼 앞니에 대한 꼬인 마음을 살며시 내려놓게 만든다. 어느덧 할머니가 따뜻한 햇볕 한 줌으로 경호 마음을 녹여 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람과 사물이 제각각 지닌 가치를 꿰뚫어 보는 할머니의 모습은 새로운 것을 쫓느라 오래된 것은 너무 쉽게 버리는 소비하는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토끼 앞니니까 귀가 밝겠구나
어렵게 구한 부품으로 전기밥통은 고쳤지만 경호의 토끼 앞니는 바꿀 수가 없다. 앞니가 썩어서 빠지면 또 날 거라고 철썩 같이 믿던 경호는 새로 난 이는 다시 나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에 크게 실망한다. 그래도 한 가지 기쁜 점이 있다면 엄마의 토끼 앞니가 외할머니를 닮은 줄 알았는데 외할머니 이는 도자기처럼 희고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하다는 점이다. 그런 경호에게 상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지는데……. 할머니 이가 “틀니”였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토끼 앞니라는 사실은 경호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온다. 할머니를 닮아서 다행인 마음, 하지만 할머니까지 토끼 앞니여서 싫은 마음. 그런 경호에게 할머니는 고장 난 것들에게 기운을 주었듯이, 토끼 앞니를 닮은 할머니와 경호에게 남들은 없는 큰 능력이 있음을 알려 준다. 둘은 토끼를 닮아 귀가 무척 밝다는 것과 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경호는 친구들 앞에서 귀를 움직여 박수를 받으며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제 경호는 토끼 앞니 대신 토끼 귀를 얻음으로써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친구들의 소리도 들리고, 할머니의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